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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가장 날카로운 아름다움, 결정(Crystal)

ChatGPT Image 2025년 6월 18일 오후 02 28 17

처음 결정이라는 걸 의식한 건 대학 시절 도예 수업에서였다. 유약이 마르던 날, 선생님이 작은 샘플 조각을 들어 보이며 “이건 실패작이 아니야, 성장의 흔적이야”라고 했다. 유약 속에 우연히 생긴 결정체.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몇 해가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완벽한 대칭도 아니고, 인위적인 광택도 없는데 묘하게 눈에 밟히는 그 형상.

유리조각, 광물, 도자기, 심지어 얼음 결정까지… 어쩌면 우리는 일상에서 계속해서 결정 구조와 마주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자연물로만 소비된다는 것. 패턴은 디자인 요소로만 쓰이고, 결정성은 단단함이나 차가움 같은 단어로만 환원된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결정을 이루는 선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구조적 사고와 미감이 만나는 지점이다.

최근 모 전시에서 ‘자연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 조형 미술’이라는 주제로 큐레이터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결정 패턴이 지닌 반복성과 예측 불가능성의 공존을 언급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꽂혔다. 뭔가를 디자인하거나 기획할 때, 나 역시 자주 균형과 우연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 하니까. 그리고 그건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가 아니라 감각의 흐름이라는 점에서 결정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을 통해, 결정이라는 존재를 조금 다르게 다뤄보고 싶었다. 단지 ‘예쁘다’고 말하기엔 복잡하고, 단지 ‘과학적이다’고만 하기엔 너무 감성적인. 결정이란 결국 경계 위에 선 미적 언어다. 조형, 예술, 건축,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결정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스스로도 배워나가고자 한다.

‘thecrystallineeffect.com’은 이름처럼 결정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재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입기도 하는 그 형태들. 그 다면적 매력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 들여다볼 수 있길 바란다.

– 류지안 아트에디터 | thecrystallineeffect.com








형태 너머의 감성과 의미를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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